우리나라는 대학입시를 위해 시험을 치러야 한다
이 시험이 정해진 날짜에 치러지지 않고 연기된 경우가 두 번 있는데 2017년 11월 15일 포항지진 발생으로 16일 예정되었던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됐었고,
학력고사를 보던 시절인 1992년 1월 21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시험이 시험지가 유출되어 시험이 연기되었다.
자연재해가 아닌 시험지 유출이라는 전대미문에 사건으로 대학입학시험이 미뤄졌던 25년전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55회 방송으로
재조명받으며 다시 한번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기 시작하였다.
사건 개요
1992년에는 수험생들이 전기와 후기로 나누어서 시험을 보고 대학에 지원했다
사건이 발생한 건, 1992년 1월 21일 후기 대입학력고사를 하루 앞둔 날 경기도 부천 소재 서울신학대학교에서 보관 중이던 시험지 박스가 뜯겨 손상된 채 발견되었다.
당시 '한겨레'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21일 오전 7시 40분쯤 대학 구내를 순찰 중이던
당직 근무자가 문제지가 보관되어 있던 본관 1층 전산실 출입구에서 봉인이 뜯어지고
문제지 상자가 파손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조사해보니 1교시부터 4교시까지 전과목 시험지가
1부씩 도난당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사건당시
서울 신학대학은 대학입시 관리규정과 달리 문제지
보관소에 철야 경비를 세우지 않았고, 교육부에 파견된 감독관도 자리를 비웠던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사건으로 후기 대입학력고사 날짜가 연기됐고 21일로 예정된 예비소집을 위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올라와 있던 수험생들은 헛걸음을 치고 되돌아가야 했다.
일부 후기학력고사를 준비한 대학의 경우 학교 주변의 중·고교를 고사장으로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시험일이 중·고교 개학 이후로 연기됨에 따라 입시 당일 중·고교의 휴교가 불가피하게 되는 등 그 후유증이 중·고교에 까지 확산됐다.
무엇보다 시험 문제 출제부터 다시 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교육부는 전국 각 대학에서 보관 중인 문제지를 긴급 회수해 파기하고 연금 상태에서 풀려날 예정이었던 출제위원들은 다시 합숙하며 문제를 다시 만들어 시험은 약 20일 후인 2월 10일에 치러지게 되었는데
사회가 발칵 뒤집힌 이 사건으로 교육부 장관과 중앙교육평가원장이 사건의 책임을 묻고 해임되었다.
사건 발생 2일 만에 밝혀진 범인
이런 가운데 사건 발생 2일 만에 시험지를 유출한 범인이 밝혀졌다.
경찰 수사 결과 범인은 사건 당일 보관 경비를 맡았던 경비원 정 모 씨였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숙직실에서 잠을 자다가 새벽에 혼자 일어나 전산실로 몰래 들어가 문제지를 빼냈다며 범행 일체를 자백했는데,
정 모 씨는 범행 직후 훔친 문제지를 주머니에 넣고 근무하다가 너무 큰일을 저질렀다는 죄책감에 문제지를 모두 태워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동기는 친구의 딸이 당시 서울 신학대 지원했는데 친구의 집이 너무 가난해 친구 딸이 시험을 잘 봐 장학금을 받게 해주고 싶어 벌인 단독 범행이라고 하였다.
범인의 진술 번복과 경비과장의 죽음
사건은 이렇게 범인을 잡고 마무리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경찰 수사 중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경찰 수사 결과 정 모 씨는 과거 다니던 직장에서 횡령을 저질러 피해자들의 고소로 도피 생활을 이어온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가운데 사건 발생 6일만에
당시 서울 신학대 경비과장이 이었던 조 모 씨가 목을 매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조모 경비과장은 경찰 조사에서 경비원 정모씨가 친구 딸을 위해 입시원서를 대신 접수했었다고 말했고,
이 진술이 정 모 씨를 범인으로 지목하게 된 결정적 단서가 되었는데 조 모 씨가 자살을 하는 바람에 정 모 씨가 실제 범인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조 모 씨의 자백에 신빙성의 문제가 있었고 그가 진술한 범행동기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워
결국 검찰은 1월 31일, 일단 조모씨의 과거 범죄인 횡령 혐의만 가지고 별건으로구속 송치했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시험지 절도 부분에 대해 추가 기소를 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정 씨는 검찰 조사에서 사실은 자살한 경비과장 조씨가 다 벌인짓이다며, 진술을 번복하였다.
'사건 발생 9일 전인 지난 1월 12일 경비과장이 나를 다방으로 불러내 후기 입시 전날 새벽 시험지가 보관돼 있는 전산실로 누군가 갈 테니 잘 안내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사건 당일 조 씨가 전산실에 나타나 시험지를 직접 가져갔다
또한 '사건 당일 오전에 조 씨의 동생이 다른 40대 남자와 함께 학교로 찾아와
형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가족을 몰살시키겠다고 협박했다'라고 주장했다
4월 당시 '동아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정씨로부터
'경비과장 조 씨가 훔친 문제지를 자신의 동생에게 건네주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이때 정 씨는 '조 씨로부터 범행을 도와주는 조건으로 4천만 원의 사례를 약속받았고
사건 당일 조 씨의 지시에 따라 현관 유리창을 각목으로 깨 외부인의 소행으로 범행을 가장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하지만 정 씨와 조 씨의 동생은 대질신문에서 서로 상반된 주장을 했고, 검찰은 범행을 입증할 결정적 물증을 제시하지 못해 결국 시험지 절도 혐의에 대한 추가 기소를 하지 못했다.
미제사건으로 남은 시험지 유출 사건
1992년 7월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정 모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정 모 씨에 대해 이 같이 판시했다.
'피고인이 시험지 도난사건 용의자로 지목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으나 검찰이 기소하지 않아 횡령 부문에 대해서만 판결한다. 피고인의 횡령부문에 대해서는 금액이 많지 않고 개인 이득을 위한 범행이 아니므로 이같이 선고한다"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후인 1993년 1월 209일 '동아일보'는 시험지 도난 사건 이후를 보도했는데,
경비원 정 씨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후 집으로 가지 않고 바로 경기도 내 기도원으로 가서 한 달 동안 은둔생활을 했으며 이후 부천시내의 가구공장에 취직했고 자살한 경비과장 조 씨의 가족들은 조용히 학교 관사를 떠났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당시 담당 검사 들은 현재 대부분
전출한 상태고 결정적인 증거물이나 제보자가 나타나지 않는 한 원점에서의 재수사는
불가능 한 영구미제사건으로 남겨질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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