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52회
11월 17일 방송 예정된 필사의 도주 - 벼랑 끝에 선 사람들 예고
때는 50년 전인 1972년 8월19일 마을을 덮친 홍수에서 대부분 살아남아 ‘시루섬의 기적’의 주인공이 된 시루섬 이야기를 조명한다 단양군 증도리에 속하는 이 섬은 시루 모양을 닮았다. 그래서 ‘시루섬’이라고 불린다. 6만㎡ 크기, 축구장 8배 규모의 작은 섬.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시루섬은 이제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 됐다. 1972년 8월 19일 태풍 베티로 시루섬이 물에 잠겼을 당시 살아남은 주민들은 실향민이 되어 고향을 떠나 이주하게 되었다.
생존자에 따르면 홍수가 났던 1972년 8월19일도 시루섬은 평소와 같았다고 했다. 그는 “며칠 동안 비가 왔고 남한강 수위가 오르락내리락했지만, 위험을 느끼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당시 20대 청년이었던 노 씨는 이날 아침 일찍 강에 나가 물고기를 잡았다고 했다. 그는 “강에서 고기를 잡고 있는데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강물이 불어났다”며 “큰일이 났다 싶어 집에 돌아가려는데 불어난 물이 나를 따라왔다”라고 했다. 위험을 느낀 노 씨는 곧바로 이장이 살던 집으로 달려갔다. 그는 “이장집에 면사무소와 연결된 전화가 있었다”며 “면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섬이 물에 잠긴다. 주민들을 살려달라’고 구조를 요청했다”라고 했다. 이어 “낮은 곳에 있는 집부터 거센 물살에 쓸려서 갔고, 면사무소와의 통화도 끊겼다”라고 말했다.
당시 15살로 물탱크 가운데에 있던 이씨는 “얼마나 물이 차오르는지도 몰랐다. 모두 떨고 있었다”며 “어두워지자 잠깐 잠이 들었다가 떠내려갈까 무서워 소스라치게 놀라며 잠에서 깼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침 식사 이후 아무것도 먹지 못했지만 긴장한 탓에 배고픈 것도 잊었다”라고 덧붙였다.
다음날 새벽 5시쯤 물이 빠지면서 주민들은 겨우 땅을 밟을 수 있었다. 노씨는 “물탱크에서 갓난아이와 아이엄마가 같이 내려왔는데 머리를 만져보니 싸늘했다. 아이 어머니는 물탱크 위에 주저앉아 있었다”라고 했다. 이어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아이가 물탱크 위에서 압박을 이기지 못해 숨졌고, 아이 어머니는 주변 사람들이 동요하면 물탱크에 있던 주민들이 위험할 것 같아 조용히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티는 하루 최대 강수량이 407.5㎜를 기록하는 등 한반도에 물폭탄을 쏟아부은 태풍이었다. 당시 이 태풍으로 전국에서 55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11월 16일 꼬꼬무에서는 당시 생존자의 인터뷰와 긴박했던 그날의 상황을 재연해 보여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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